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표정이었지만.
집 나온지 4일밖에 되지 않아 이때는 아직 싱싱했다. 정말 넓은 공원이었던 만큼 사람도 많았고, 공원에서 사람들은 소프트볼도 하고, 야구도 하고, 음악도 하고, 식사도 먹고, 배도 타고, 약도 하고, 잠도 자고, 춤도 추고, 마차도 타고, 요가도 하고, 공연도 하고, 수다도 떨고, 조깅도 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 공원에서는 AT&T전화기가 터지지 않고 그 덕에 배터리도 다 닳아버렸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풀밭 나무에 기대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잔디밭에 누워 황혼볕을 즐겼다. 널브러져 혼자 가장 여유로운 표정으로 즐길 때였다.
도시가 마치 꿈틀대는 생명체처럼 느껴졌던 건 아마 그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서울을 달리던 강변도로 위에서 였다. 신호등도 없는 넓은 도로가 여지없이 막히고, 도로와 다리 위을 메운 지각각의 차들이 지각각의 방향으로 흘러다닌다. 잘 사는 동네 바로 옆을 지나, 사람들과 오토바이 퀵서비스들에 들볶이는 거리들, 그 옆에 즐비한 아파트, 그 뒤쪽의 구시가지 골목길들에 군데군데 산꼭대기까지 빼곡한 판자집들, 그리고 밤을 모르며 활기를 먹어치우는 번화가와 걔중에 나즈마히 고요함을 유지하는 동네들도 모두 서울이란 도시의 유유한 스펙트럼이었다.
중첩된 대기가 주는 도시적 긴장감에 지치기도 하고, 그 속도감과 달리 반복되는 지겨운 나날들은 또다른 일탈을 꿈꾼다. 이 도시는 그러한 곳이다. 사람을 견딜 수 없는 수렁으로 몰아넣곤 한다. 그러한 마음들속에 찾아본 것은 나의 여행사진이었다. 그건 내가 동경해온 가장 한가로운 날들의 표정이었을 것이다. 천장이 넘는 그때의 사진들을 보고나서 별별 기분들 끝에, 의외로 나는 나의 고향 서울을 꼭 껴안고 싶어졌다. 물론, 이 곳에서는 저런 멍청한 표정은 짓지 못하겠지만, 갑갑함의 한편은 그냥 그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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